- 영화 제목: 더큐어
-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더 큐어(A Cure for Wellness)는 스위스 알프스 깊숙한 곳, 한 “웰니스 센터(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심리 공포·고딕 스릴러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성과 산, 하얀 가운을 입고 햇볕을 쬐는 부유한 노년의 환자들 그리고 물만 열심히 마시면 모든 병이 나을 것 같다는 달콤한 메시지까지. 하지만 영화가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이 치유의 공간은 곧 실험실, 환자들은 하나의 소모품 그리고 “치료”는 누군가의 욕망을 위한 끔찍한 도구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2016년 제작, 2017년 개봉한 미국·독일 합작 영화로 주연은 데인 드한, 제이슨 아이작스, 미아 고스가 맡았습니다. 공식 러닝타임은 약 146~147분으로 꽤 긴 편이고 장르도 미스터리·스릴러에 고어와 기괴한 이미지가 섞여 있어 호불호가 큰 편이기도 합니다.
1. 스포일러 없이 보는 기본 줄거리 & 분위기
뉴욕에서 알프스로, 젊은 임원의 출장 주인공 록하트(데인 드한)는 뉴욕의 금융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간부입니다.
회사 인수합병 건을 완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회사 CEO 펨브로크가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스위스 알프스의 한 “요양원”으로 가 버립니다. 이사회는 록하트에게 단호하게 말하죠. “CEO를 무조건 데리고 돌아와라. 안 그러면 네 커리어도 여기서 끝이다.”
결국 록하트는 회사의 존망과 자신의 자리까지 걸린 임무를 들고 스위스 알프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웰니스 센터로 향합니다.
웰니스 센터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합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미소가 박제된 사람들처럼 친절하고 환자들은 “여기가 천국이다”, “도시로 돌아가기 싫다”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습니다. 하지만 록하트가 CEO를 만나려 할수록 의사 볼머 박사와 직원들은 계속해서 시간을 끌고 “다들 치료 중이라 바쁘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라며 회피합니다. 록하트는 CEO를 데리고 돌아가기 위해 요양원을 나서다가
길에서 기묘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눈을 뜨자, 그는 다시 웰니스 센터 침대 위. 다리에는 깁스가 둘러져 있고 볼머 박사는 말합니다.
“당신도 치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며칠만 쉬면서 요양해 보죠.” 처음에는 “당장 나가야 한다”며 버티던 록하트도 점점 현실감이 흐려지고 요양원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천천히 이 공간의 “환자”로 편입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가 크게 스포 없이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고 분위기만 놓고 말하면 알프스 전경은 너무 아름답지만 건물 안은 병원 특유의 차가움, 하얀 수영복과 하얀 가운, 깨끗한 타일과 대비되는 축축한 물, 금속 장비, 장어 같은 기괴한 생물들 이 시각적인 대비가 영화의 기분 나쁜 매력을 만들어 줍니다.
2. 캐릭터 해석 - 욕망과 피로 엮인 세 사람
록하트는 처음부터 “건강한 사람”처럼 등장합니다. 젊고 야망이 넘치며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건, 진짜 병든 건 그의 몸이 아니라 정신과 가치관이라는 점입니다.
회사에서의 성공을 위해 불법적인 숫자 조작, 윤리적으로 애매한 선택들을 계속해왔고 그 과정에서 록하트의 내면은 이미 꽤 망가져 있습니다. 요양원에 갇히는 과정은 어찌 보면 그가 피할 수 없던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보이는 그의 미소는 정상으로 돌아온 건지 아니면 완전히 무너진 건지 애매하게 남겨두지만 분명한 건 그가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볼머 박사(제이슨 아이작스)는 전형적인 “잘 만들어진 악역”입니다. 처음에는 친절하고 환자의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해 주는 전문가처럼 보이고 말투도 극도로 점잖고 어휘도 세련됐습니다.
하지만 그 겉껍질 아래에는 순수 혈통에 대한 집착,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는 시선, 윤리와 도덕을 완전히 초월한 실험 정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딸까지 도구화하는 괴물 같은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볼머 박사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미친 과학자라기보다는 지적이고 세련된 얼굴을 한 파시즘/엘리트주의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캐릭터입니다. 200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않은 듯한 외형,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함, 물과 장어, 요양원 시스템 속에 갇혀 살아온 인물. 한나의 순수함은 볼머 박사의 집착을 정당화하는 장치이자 동시에 그에 대한 가장 큰 고발이기도 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한나가 선택하는 행동은 비로소 “누군가의 실험 대상, 욕망의 그릇”이 아니라 자기 의지를 가진 존재로 서는 순간이라 굉장히 인상적인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3. 총평 - 완벽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오래 남는 기묘한 한 편
더 큐어는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 아래에서 인간의 욕망과 병든 시스템을 기괴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심리 공포·미스터리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이 길고 전개가 느리며 상징과 은유가 많아서 보는 동안 체력도 좀 필요하지만 적어도 한 번 보고 나면 물, 요양원, 웰니스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잠깐씩 이 영화의 이미지들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줍니다.
완벽하게 재미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묘하게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차갑고 축축한 악몽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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