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작품소개
아이 엠 어 히어로(I Am a Hero)는 일본 만화가 하나자와 켄고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2016년 일본 좀비 영화입니다.
감독은 사토 신스케, 주연은 오이즈미 요, 아리무라 카스미, 나가사와 마사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영화 산업에서 보기 드물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좀비 영화로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존 일본 공포영화가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 영화는 현실적인 재난과 육체적 공포를 다루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줍니다. 원작 만화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연재되며 사회 풍자와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표현했는데 영화판은 그중 핵심적인 에피소드만을 각색했습니다. 주인공 히데오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고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일본 특유의 정서와 현실감 있는 연출이라고 느꼈습니다. CG나 분장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줄거리와 분위기
주인공 스즈키 히데오는 35세의 평범한 만화 어시스턴트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커리어와 불안한 연애 그리고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ZQN 바이러스라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며 세상의 붕괴를 목격하게 됩니다.
도시는 순식간에 감염자들로 뒤덮이고 히데오는 소녀 히로미를 만나 함께 생존을 도모합니다. 히로미는 감염되었지만 완전히 좀비로 변하지 않은 존재로, 희망과 절망 사이의 불안정한 상징이 됩니다. 두 사람은 생존자 무리에 합류하며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목격합니다.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 마트 전투 장면입니다.
평범했던 히데오가 오랫동안 들고 다니던 산탄총을 꺼내 들며 처음으로 자신과 타인을 위해 싸우는 장면은 제목 그대로 “나는 영웅이다”라는 메시지를 완성시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묘한 전율과 함께 “영웅이란 결국 두려움 속에서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의 부산행이나 미국의 월드워 Z 보다 현실적이고 절제된 공포에 가깝습니다. 도시의 회색빛 톤, 불안한 침묵, 인간적인 대사들이 “이건 영화가 아니라 실제일 수도 있겠다”는 몰입감을 줍니다. 공포는 괴물보다 인간에게서 비롯되며 사회의 질서가 무너질 때 드러나는 본성은 더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3. 총평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일본 사회가 가진 불안과 개인의 무력감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히데오의 성장 서사는 단순한 생존 담을 넘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규모 제작비와 기술력이 뒷받침된 실감 나는 연출 그리고 인간적인 캐릭터 묘사가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원작 전체를 담지 못한 탓에 결말이 다소 급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갖춘 수작입니다. 공포와 감동, 인간 드라마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으로 지금 다시 봐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일본식 좀비영화를 경험해 보고 싶거나 인간의 본성을 다룬 색다른 공포를 찾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안의 작은 영웅을 깨우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