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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 월드 워 Z 리뷰 -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세계가 무너져가는 속도였다

by 블로 규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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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제목: 월드 워 Z
  •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월드 워 Z(World War Z)는 2013년에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마크 포스터가 연출을 맡았고 맥스 브룩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부터 “달리는 좀비”, “전 세계를 한 번에 쓸어버리는 감염 속도”, “브래드 피트의 전 지구적 출근길(?)” 같은 수식어로 많이 회자됐고 좀비 장르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포일러 구간을 나눠서 정보 전달과 제 개인적인 감상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월드 워 Z(World War Z) 원작 소설은 전 세계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보고서 형식인데 영화는 이 구조를 그대로 쓰지 않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한 인물 ‘제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영화판 월드 워 Z는 좀 더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구조, “한 주인공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해결책을 찾는 여정”으로 보시면 됩니다.

1. 스포일러 없이 보는 줄거리 & 분위기

영화는 필라델피아의 출근길에서 시작합니다. 전 UN 조사관 제리 레인은 아내, 두 딸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 중입니다. 그런데 라디오와 뉴스에서 이상한 소식이 들리더니 도로 한쪽에서 갑자기 폭발과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사람을 마구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들, 물리는 순간 몇 초 만에 변해버리는 사람들,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시민들, 제리는 단번에 ‘이건 보통 사고가 아니다’라는 걸 눈치채고 가족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도심을 탈출합니다. 이 초반 10~15분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카메라 워킹과 폭발, 자동차 추돌, 사람들의 비명으로 “세계가 무너져가는 순간”을 굉장히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제리 가족은 UN 고위직 친구의 도움으로 해상 군사 기지(항공모함)에 승선합니다. 이곳에는 각국의 군인과 과학자들이 모여 좀비 사태의 원인과 대응책을 찾고 있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제리는 다시 UN 조사관으로 복귀해 좀비 사태의 기원을 찾는 임무를 떠나게 됩니다. 사실 제리는 전형적인 “영웅 체질”은 아닙니다. 그저 가족과 조용히 살고 싶었던 아버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세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위험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이후 영화는 한국 주한미군 기지, 예루살렘, 비행기 안, 영국의 연구소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보여줍니다. 미친 속도로 달려드는 좀비 떼, 도시가 통째로 붕괴되는 장면, 거대한 방벽을 넘는 군중 좀비,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폐쇄공간 생존전…

전형적인 좀비 호러의 공포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재난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운 무드를 느끼게 해 줍니다.

여기까지는 스포일러를 거의 배제한 내용이고 이제부터는 결말과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 구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 스포일러 포함 - 제리가 찾은 ‘흔들리는 사람들’의 비밀

UN이 최초 감염 보고를 받은 곳은 한국의 미군 기지입니다. 제리는 과학자와 함께 이곳을 찾지만 곧바로 혼돈의 상황에 휘말립니다.

좀비 사태의 원인을 밝혀야 할 천재 바이러스 학자는 도착하자마자 실수로 총을 잘못 다뤄 허무하게 사망하고 제리는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지에 남아 있던 군인들과 대화를 이어 갑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힌트가 몇 개 나오는데, 누군가가 “좀비를 ‘제키’라고 부른다”는 이야기, “그들이 입을 여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말, 감염 확산 속도와 물림 이후의 발병 시간 등 이후 퍼즐을 맞추는 데 필요한 단서들이 흩뿌려집니다. 두 번째 큰 무대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입니다. 이스라엘은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 빨리 좀비 사태를 감지하고 도시 전체에 거대한 방벽(성벽)을 세워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의 분위기는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벽 안쪽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 종교와 인종을 막론하고 받아들이는 난민들, “우리는 대비를 잘했고, 여기만큼은 안전하다”는 자신감, 하지만 이 희망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붕괴합니다. 난민들이 벽 근처에서 함께 노래하고 마이크로 확성기를 쓰면서 그 소리에 이끌린 좀비 떼가 안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 하나, 둘씩 쌓이던 좀비들이 마치 개미떼처럼 몸을 포개더니 결국 거대한 ‘좀비 피라미드’를 만들며 성벽을 넘어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 장면은 〈월드 워 Z〉를 상징하는 시퀀스 중 하나로 “장벽으로 막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재난이 집단의 작은 실수 하나로 무너지는 순간”을 굉장히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예루살렘에서 겨우 탈출한 제리는 다른 생존자와 함께 비행기에 오릅니다.

여기서도 마냥 안전한 건 아니죠. 기내에 숨어 들어온 감염자가 있었고, 좁은 비행기 안에서 좀비 사태가 재현됩니다. 탈출구가 거의 없는 밀폐 공간, 통제 불가능한 공포에 질린 승객들 캐리어, 좌석, 수하물 등을 활용한 필사의 저항, 이 시퀀스는 좀비 장르의 공포와 재난 영화의 긴장감이 둘 다 살아 있는 장면이라 보는 내내 숨 막히게 만듭니다. 제리는 기체 일부를 폭파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좀비들을 날려버리지만 본인도 중상을 입고 비행기는 추락합니다. 비행기 사고 이후, 제리는 간신히 웨일스의 WHO 연구소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의 여정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한 가지 패턴을 떠올립니다. 즉, 이 바이러스는 이미 다른 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의 몸에는 ‘숙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건너뛴다는 가설에 도달합니다. 제리는 WHO 연구소에서 실제 병원균(치명적인 바이러스/세균)을 일부러 몸에 주입해 자신을 좀비의 표적에서 제외시키려는 위험한 실험을 감행합니다. 그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좀비 앞을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명장면입니다. 눈앞에서 날뛰며 유리를 두드리던 좀비가 제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른 건강한 대상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이 가설이 맞았다는 게 증명됩니다. 이 실험은 이후 전 세계에 공유되어 “좀비에게 안 보이는 위장약(?)” 같은 형태의 가이드로 활용됩니다. 완벽한 치료법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작은 여유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3. 총평 - “세계의 끝을 슬쩍 스쳐 지나온 느낌”

월드 워 Z는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초고속 좀비 재난과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 뛰어다니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달리는 좀비, 무너지는 도시, 붕괴하는 국가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겨우 발견해 낸 작은 실마리 하나.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로 이런 속도로 세상이 무너진다면 나는 과연 가족을 지키면서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 번씩 올라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월드 워 Z는 단순한 좀비 영화라기보다는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잠깐이라도 상상해 보게 만드는 재난 시뮬레이션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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