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작품소개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유전(Hereditary) 은 미국의 신예 감독 아리 애스터(Ari Aster)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개봉 직후 전 세계 호러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긴 작품으로, 단순한 피의 장면이나 놀람 요소보다 가족의 비극과 심리적 불안을 세밀하게 쌓아 올린 점이 특징입니다.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평단은 “현대 공포영화의 전환점”이라 평가했습니다. 배우 토니 콜렛은 어머니 애니 역을 맡아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였으며,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밀리 샤피로 등 가족 구성원들의 섬세한 연기가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영화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불길한 사건이 이어지며 초자연적인 공포로 확장됩니다. 감독은 “공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 유전된다”는 메시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상처를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특히 “유전된 불안이 결국 가족을 파괴한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2. 줄거리와 분위기
영화는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시작됩니다. 가족은 담담히 일상을 이어가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집 안에 스며듭니다. 어린 딸 찰리의 이상한 행동과 기묘한 분위기가 서서히 드러나며 관객에게 정서적 압박을 줍니다.
이 영화의 공포는 소리나 피보다 조용히 압박하는 심리적 연출에 있습니다. 중반부의 충격적인 사건은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으며, 이후 평범했던 집조차 낯설고 음산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미니어처 세트와 정교한 카메라 워크는 인물들이 거대한 운명 속에서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불안감을 극대화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컬트적 상징과 종교적 이미지가 결합되며 초자연적 공포로 발전하지만, 결국 이는 가족에게 물려온 숙명적 고통의 은유로 읽힙니다. 저는 영화 후반의 장면들이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역사에 새겨진 슬픔의 반복”처럼 느껴졌습니다.
3. 총평
유전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불안과 상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심리극입니다. 토니 콜렛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아리 애스터의 치밀한 연출은 “공포는 피할 수 없는 유산”이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과 긴장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는 가족의 사랑과 죄책감, 그리고 세대 간의 상처가 대물림되는 비극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고, 단순한 무서움보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유전은 공포의 외형을 빌린 심리 드라마이자, 인간의 운명과 감정의 어둠을 그린 걸작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 그것이 바로 유전(Hereditary)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