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작품소개
2008년 개봉한 추격자는 한국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이자 김윤석과 하정우의 인생 연기가 담긴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 시스템의 무력함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2025년 지금 다시 보아도 추격자는 여전히 강렬합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영화가 남긴 불쾌한 현실감과 날 선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작품은 범죄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본성을 해부한 사회 심리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한때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성매매 알선업자가 된 중호(김윤석)와 그의 손님으로 등장하는 연쇄살인범 영민(하정우)의 추격전을 그립니다. 중호는 실종된 여성을 찾다 우연히 영민의 존재를 알아채지만 경찰의 무능과 제도의 한계 속에서 사건은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악은 인간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깨달음입니다.
중호는 완전한 선도 영민은 단순한 악도 아닙니다. 중호는 이기적이고 냉소적이지만 마지막에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 합니다. 반면 영민은 감정 없는 미소로 인간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존재입니다. 그가 경찰서 안에서 태연하게 “죽였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섬뜩한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2. 줄거리와 분위기
추격자는 기존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보통은 범인이 누구인가가 긴장 포인트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범인을 공개합니다. 이후 관객은 “잡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막을 수 있을까?”라는 더 절망적인 질문을 마주합니다.
나홍진 감독은 극단적인 리얼리즘으로 관객을 압박합니다. 서울의 좁은 골목, 비 내리는 새벽,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격 장면이 숨이 막힐 정도의 현실감을 만들어냅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관객이 직접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음악을 거의 배제한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배경음악 대신 발소리, 비소리, 숨소리 같은 실제 소리를 강조하며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이 극대화됩니다. 특히 클로즈업된 얼굴과 거친 호흡의 리듬은 단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겁습니다. 감정적으로 소모적일 만큼 거칠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추격자를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사회 고발극으로 만듭니다. 경찰의 무능, 언론의 선정성, 그리고 개인의 무력함이 얽히며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3. 총평
2025년 현재 다시 본 추격자는 여전히 시대를 앞선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충격적인 범죄 스릴러”로 불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회 구조의 붕괴와 인간성의 소멸”을 예언한 영화로 읽힙니다.
첫째,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지금 봐도 낡지 않았습니다. CG나 화려한 편집 없이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둘째, 추격자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연출로 몰입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관객은 영화를 본다기보다 체험한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셋째, 결말은 강렬한 허무함을 남깁니다. 구원은 끝내 오지 않고 악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존재합니다. 관객은 그 무력함 속에서 진짜 악은 인간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추격자는 단순히 범죄자를 쫓는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놓친 인간성 그리고 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불편하고 여전히 강렬하며 여전히 진실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 영화가 잊히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추격자는 인간의 어둠을 가장 리얼하게 비춘 명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