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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태국영화 샴 리뷰 - 떼어낼 수도 함께할 수도 없는 두 사람의 공포

by 블로 규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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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제목: 샴
  •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1. 작품소개 - 샴쌍둥이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한 태국 호러

태국 공포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법한 작품이 바로 영화 샴 (Alone)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샴쌍둥이 공포라는 컨셉으로 소개되었고 태국 호러 특유의 느릿하지만 서늘한 공포와 반전 연출이 잘 살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 그대로 샴쌍둥이(conjoined twins)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보통 공포영화에서 쌍둥이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이 작품처럼 “붙어 태어난 두 사람의 집착과 죄책감, 분리와 상실”을 이런 식으로 깊게 파고든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단순히 쌍둥이 귀신이 나온다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함께 태어났지만 결국 한 몸을 나눠야 했던 두 사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질투와 죄책감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원한과 미련, 이 감정들이 하나의 저주처럼 엉켜 괴담이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샴은 그냥 놀라고 끝나는 공포라기보다는 보고 나서도 인물들의 감정이 오래 남는 심리 호러에 가깝습니다.

2. 줄거리 - 떨어져도 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 (스포일러 약간 포함)

영화의 주인공은 샴쌍둥이로 태어났던 자매 핌과 플로이입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허리 부분이 붙어 있는 상태로 한 몸처럼 생활해 왔고 세상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두 사람 모습을 간간이 플래시백으로 보여줍니다. 서로 등을 맞댄 채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침대에서 자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다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족쇄가 되어 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나는 괜찮지만 동생(언니)은 어떨까?”, “나 혼자 가고 싶은데 이 아이는 항상 같이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한 사람에게만 관심이 쏠리거나 한 명만 사랑받는 순간이 올 때마다 이 균열은 더 깊어집니다. 결국 둘은 평생 한 몸으로 살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분리 수술을 결심합니다.
의사는 수술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자매는 각자 “온전히 나로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 선택을 밀어붙입니다.

수술 결과는 비극입니다. 자매 중 한 명은 수술 도중 목숨을 잃고 다른 한 명만 살아남게 됩니다. 영화는 초반에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때부터 관객은 자연스럽게 “살아남은 쪽이 핌이고 죽은 쪽이 플로이”라고 믿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주인공은 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조용한 삶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 시 고향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때부터 죽은 자매의 흔적이 환영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어릴 적 자랐던 집은 거의 시간이 멈춘 듯한 상태입니다. 낡은 가구, 오래된 사진들, 수술 당시의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안에서 그녀는 플로이의 존재를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작은 기척들이 계속 쌓이면서 현실과 환영의 경계가 애매해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엔 단순한 트라우마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플로이의 영혼이 질투와 원한을 품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여기에 과거 자매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때 진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핵심 반전을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우리가 죽은 쪽이라고 알고 있었던 인물과 살아남은 쪽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의 위치를 뒤집어 버리는 식으로 강한 충격을 줍니다.

3. 총평 - 공포를 빌려 죄책감을 이야기하는 태국식 심리 호러

개인적으로 영화 샴은 무섭기도 했지만 그보다 쓸쓸한 영화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귀신이 나와서 사람을 괴롭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살아남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놓지 못해서 만들어낸 지옥 같았습니다.

함께 태어났지만 한 몸이길 원치 않았던 자매, 사랑과 자유를 놓고 싸우다가 결국 비극을 맞이한 두 사람 그리고 그 기억에서 도망치지 못한 채 “귀신이 날 찾아온다”라고 믿으며 살아가야 하는 한 사람의 인생. 이 구조를 생각하면 샴은 단순히 놀라고 잊어버리는 호러가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나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관계와 죄책감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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