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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 추격자 리뷰 - 끝까지 쫓는데도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이야기

by 블로 규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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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제목: 추격자
  • 배급사: (주)쇼박스

추격자를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이유. 영화 추격자는 2008년 작품인데 공포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국룰”처럼 회자되는 영화입니다. “한국 스릴러 입문작 뭐 볼까?”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고요.

추격자는 처음 보면 이런 느낌이 듭니다. “범인을 초반에 잡아버리는 스릴러가 이렇게까지 숨 막힐 수 있다고?”

보통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범인이 누군지 모르거나 마지막에 정체가 드러나는 식으로 긴장을 끌고 가는데 추격자는 초반부터 범인의 얼굴, 이름, 심지어 검거까지 다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러닝타임 내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고 마지막에는 멍해질 정도의 여운을 남깁니다.

1. 작품소개 - 실화를 닮은 너무 현실적인 스릴러

영화 추격자는 실제 연쇄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만큼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현실감이 살아 있습니다.

특수효과나 화려한 액션보다 서울 골목의 눅눅한 밤공기, 비 오는 새벽, 좁은 계단과 낡은 주택들 같은 배경들이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특히 이 영화의 구조는 일반적인 범죄 영화와 다릅니다. 범인의 정체를 숨기지 않고 초반에 공개하며 심지어 영화 중반 전에 한 번 체포까지 됩니다.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시간 안에 피해자를 찾을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범인을 잡느냐 마느냐”보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가”가 긴장의 핵심이 됩니다. 이게 추격자를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한 씁쓸한 풍자와 비판까지 담고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줍니다.

2. 줄거리 - 망한 포주, 사라지는 여성들, 그리고 이상한 손님

주인공 엄중호(김윤석)는 전직 형사 출신의 포주입니다. 지금은 경찰을 그만두고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면서 돈을 버는 인물인데 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사람 다루는 방식도 꽤 거칠고 욕도 입에 붙어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기 밑에서 일하던 여자들이 하나둘씩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빚 남기고 튄 거 아니냐”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지막으로 호출했던 손님의 전화번호가 모두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 이 번호로 나갔다가 실종된 애가 한둘이 아닌데?” 그 번호의 주인이 바로 지영민(하정우)입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말수도 적고 특별히 티 나는 구석이 없는 평범한 남자지만 극 초반부터 관객은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걸 거의 확신하게 됩니다. 한편, 몸이 아픈 와중에도 어린 딸 때문에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여성 김미진(서영희)은 결국 그 문제의 손님, 영민을 만나러 나가게 되고 이때부터 영화는 한순간도 숨을 놓을 수 없는 추격전으로 넘어갑니다. 엄중호는 돈 때문이 아니라, “이놈이 지금까지 애들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낸 순간 마치 다시 형사로 돌아간 사람처럼 사냥꾼의 눈빛으로 변해 영민을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엄중호는 사라져 버린 여성들을 추적하다가 지영민의 전화번호에서 불길한 확신을 느끼게 됩니다. 중호는 단순한 화풀이가 아니라 수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차를 몰고 골목골목을 뒤지며 비 오는 밤, 낡은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한 손에는 전화기를 쥔 채, 다른 손으로는 주변을 후려치듯 더듬는 모습. 여기서부터 이 영화는 “포주 vs 손님”의 싸움이 아니라 다시 형사 vs 연쇄살인범의 구도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건 지영민이 의외로 허무하게 검거된다는 점입니다. 중호와 영민이 좁은 골목에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경찰에게 같이 연행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관객은 당연히 생각합니다. “아, 이제 제대로 수사 들어가겠구나.” 하지만 추격자가 잔인한 건 여기부터입니다. 지영민은 경찰서에서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거의 대놓고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범인은 잡혔는데 아무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한편 중호가 애타게 찾는 여성 김미진은 영민에게 납치된 상태로 어딘가의 낡은 집 지하에 갇혀 있습니다. 관객은 중호가 미진을 제때 찾아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를 일부러 배신하듯 계속 사건을 삐끗하게 만듭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민의 잔혹함은 갈 데까지 가고 중호의 분노와 집착도 극에 달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골목, 옥상, 낡은 집 지하 등 서울 한복판의 온갖 공간을 오가며 물리적인 추격전을 벌이게 됩니다.

3. 총평 - 쫓는 사람도, 쫓기는 사람도,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추격자는 “연쇄살인마를 쫓는 추격전”이라는 포맷 안에 한국 사회의 무능, 인간 생명의 가벼움 그리고 정의가 전혀 통하지 않는 현실을 처절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범인은 초반에 정체가 드러나고 심지어 한 번 체포까지 되지만 그럼에도 피해자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이 잔혹한 설정이 바로 추격자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 회자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추격자를 보고 나면 밤길이 조금 더 길고 골목이 조금 더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 볼 만한 한국 범죄 스릴러의 기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영화 추격자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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